[매일경제] 밀레니얼 세대, 쿨한 원룸에 살게하는 회사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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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쿨한 원룸에 살게하는 회사


[재계 인사이드-138] 서울지하철 남영역을 나와서 3분 정도 걸었을까. 한 건물 앞에 입간판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우리 동네 내 거실'이란 문구입니다. 2시간 이용요금이 4000원인데 요금을 지불하면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말 그대로 거실에서 쉬듯이 책도 읽고 영화도 볼 수 있다네요. 직접 가봤습니다. 코인세탁기, 건조기가 있어 세탁물을 맡길 수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옆에 있는 안마의자에서는 안마도 받을 수 있겠더군요. 한편에는 요가, 피트니스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스튜디오도 별도로 있네요. 참 아늑하고 편리한 공간이다 싶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사실 저 같은 외부인도 이용 가능하지만 주 이용자가 따로 있었습니다. 건물 위층 62실 원룸 입주자들입니다. 이들은 통상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정도 월세를 냅니다. 배정된 방은 20㎡(약 6평) 정도로 좁긴 합니다. 대신 지하 공용 공간은 200㎡ 정도로 널찍합니다. 정리해 보면 이곳 입주자는 원룸에서는 잠자고 쉬는 개별 공간으로 쓰고 '홈즈 리빙 라운지'란 공용 공간에서는 생활편의, 운동, 휴식을 취하는 식입니다. 매일 아침식사가 제공되고 커피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니 말 다했지요. 


게다가 입주자에게는 다양한 부가 혜택이 있었습니다. 요가클래스와 같은 홈트레이닝은 스타트업 '홈핏'을 통해 이용하면 할인받을 수 있고요. 청소서비스, 공유차량, 양복과 같은 세탁수거 서비스(리화이트) 등도 제휴할인이 가능한 구조더군요. 


위워크가 공유사무실로 알려져 있다면 이런 사업모델은 '공유주택'이라고 한답니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브랜드를 앞세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데요. 미스터홈즈가 원룸 수로는 200실, 내년 말까지 500실 정도 운영이 확정돼 있어 이 분야 국내 선두 업체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쿨한 원룸에 살게하는 회사


다음은 공동창업자 이태현 대표, 이재우 이사와 일문일답.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에게 참 가려운 부분을 조목조목 잘 해소해주는 사업모델 같아요. 어떻게 창업할 생각을 했나요. 


▷이태현 대표(이하 이 대표)=창업하기 전 대기업에서 부동산 개발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운 좋게도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하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기획업무를 맡게 됐는데요. 워낙 사업이 크다 보니 국외 여러 회사에서 컨설팅을 받게 됐습니다. 이때 주거·상업지역의 콘셉트를 잡는 과정에서 국외 컨설팅 회사가 가장 강조한 것이 '라이프스타일'이었습니다.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기능을 배치해야 한다거나 '라이프스타일 숍'을 주요 시설로 배치해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임원에게 보고하면 '도대체 라이프스타일 숍이 뭐냐, 왜 잡화점을 라이프스타일 숍이라고 하는 것이냐'며 혼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어 답답해 했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국외 컨설팅 회사 전문가들에게서 많은 설명을 듣고 함께 국외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학습하게 됐습니다. 제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더니 일본 컨설팅 회사 임원이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가 돼 보는 것이 어떠냐고 웃으면서 얘기하더군요. 아마도 이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라는 단어가 큰 영감을 주는 키워드였던 것 같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 똑같은 형태의 백화점과 쇼핑센터, 그리고 어디를 가나 있는 대기업 계열 브랜드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개성을 존중하고, 삶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기획하고 상품화하는 회사가 앞으로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지요. 


-국내에서 생소한 사업모델인데 국외에서 비슷한 사업으로 어떤 업체를 벤치마킹했나요? 


▷이재우 이사(이하 이 이사)='미스터홈즈' 미션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집에서 살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 내부에서도 모든 직원이 아직도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과연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주거 공간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충족시키거나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집'이란 기본을 갖춘 집이어야 한다고 저희의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동시에 저희의 주 고객층인 밀레니얼 1인 가구는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의 시작은 바로 본인의 '집'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작은 '방'에서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라이프스타일을 논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 20㎡ 남짓한 '방'이 30㎡가 된다고 한들 사정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지요. 그러다 보니 책도 읽고, 운동도 할 수 있고, 가끔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할 수 있는 '리빙라운지'라고 하는 공간을 기획하게 됐고 'Co-Living(공유주택)'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키게 됐습니다. 저희가 이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국외에도 유사 사례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벤치마킹을 많이 한 곳은 '위워크'였습니다. 저희가 '위워크'에서 주목한 것은 부동산 임대업의 효율을 상품화 한 것이 아니라 '협업의 가치'를 상품화해낸 것이었습니다. 저희도 혼자서는 누리기 힘든 '라이프스타일의 가치'에 주목해 이 상품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쿨한 원룸에 살게하는 회사


-원룸 월세가 기본적인 수익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또 다른 수익모델은 뭔가요. 


▷이 대표=기본적으로 공유오피스, 공유주택의 비즈니스모델은 통임대 후 재임대를 하며 그 차익을 수익으로 잡습니다. 다만 어떤 관점에서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회사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임대 효율을 중요시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주변 대비 더 높은 임대료를 받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 미스터홈즈는 월세 더 올려받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아요. 대신 저희가 임대하면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공실이 없어지니까 건물 가치가 자연스레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요. 실제 남영동 건물 62실은 두달도 안 돼 입주자가 모두 찼고 지금도 10여 명이 대기하고 있어요. 선정릉 사업장은 내년 초 입주 예정인데 이미 예약이 다 찼어요. 요즘 건물 공실률이 서울에서는 10%가 넘는데 건물주 입장에서는 양질의 임차인이 들어온다면 임대료도 낮춰주고 여러 입주 조건을 파격적으로 제공하려 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그만큼 돈을 아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게 됩니다. 집객 파워 덕분에 저희는 결과적으로 건물주가 누릴 수익 일부를 나눠 가진 셈이 되는 거죠. 그 밖에 여러 스타트업, 업계 선두 기업들과 제휴해서 입주자는 물론 외부인들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면서 올리는 수입도 꽤 됩니다. 


-다양한 분야 업체, 특히 스타트업과 서비스 제휴를 많이 한 이유는 뭔가요. 


▷이 대표=바디프렌드 같은 중견기업도 있지만 주요 제휴 업체는 O2O 스타트업이 대다수입니다. 세탁, 운동 등 O2O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험하게 할 공간이 필요했는데 저희 '홈즈리빙라운지'가 그런 수요를 해결해주는 식이지요. 일종의 공간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인데요. 더 나아가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을 도울 수 있는 모델도 실험 중입니다. 헌책방 매출 채널을 확장시키는 국제 비영리단체 '인액터스'와 함께 헌책으로 저희 라운지 서재를 꾸미고 있는 게 대표적이지요.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회사들과 협업 기회는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리빙라운지를 저와 같은 외부인에게도 개방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이사=원래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 생활 서비스를 지원하는 공간이 맞습니다. 다만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공간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이해시키고 지역의 1인 가구도 서비스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제한해 외부에 개방했습니다. 현재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저희 규모가 확대되고 서비스가 다양화되면 입주민과 '멤버십' 가입 고객만을 대상으로 리빙라운지를 운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건물주는 물론 부동산 시행, 시공업체, 자산운용사 등이 앞다퉈 같이 사업하자고 할 거 같은데요. 


▷이 대표=실제 디벨로퍼, 시공사, 그리고 자산운용사 등의 금융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해서 다양하게 사업 확장을 하고 있어요. 이미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에 계약한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점은 일본계 자산운용사 노무라이화가 사모펀드를 조성해 매입한 오피스텔 건물을 미스터홈즈가 운영을 맡는 식입니다. 업계에서는 선진적인 금융상품 성공 사례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사와 차별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더 적극적으로 금융권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쿨한 원룸에 살게하는 회사


-이런 모델이면 국외에서도 먹힐 거 같아요. 


▷이 이사=안 그래도 국외에서 먼저 알고 제휴 요청이 와서 실제로 검토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공유오피스는 '위워크'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만, 공유주거는 아직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외 경쟁사들을 벤치마킹하러 갔다 오기도 했는데요. 느낀 점은 좁은 공간의 효율적인 사용,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인테리어 등은 우리나라 회사들이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경쟁력을 널리 활용하고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거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이 대표=여전히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주거와 관련된 상황은 많이 열악합니다. 살다가 문제가 생겨도 집주인에게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고, 오히려 눈치를 보는 상황이 많습니다. 내가 임차료를 냈으면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미스터홈즈는 '주거가 서비스였구나, 서비스를 받고 있구나'를 처음으로 정의하고 알려준 회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사 가야 할 때, 그 지역에 홈즈스튜디오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게 되고,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갈 때 또 홈즈스튜디오에 살고 싶은 회사, 그래서 거기서 사는 동안 참 편안했다고 생각이 되는 젊은 시절의 고향 같은 곳이면 좋겠습니다. 


-아직 외부 투자는 안 받았는데 투자 유치 계획은 있습니까. 


▷이 대표=다양한 사업모델이 쌓여가고 있는데 좀 더 자금이 있으면 또 다른 좋은 입지의 좋은 집을 확보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공유주택' 모델을 만들어 여기저기에 지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또 생활 서비스가 고객 입장에서 더 편리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앱, 정보기술(IT) 안정화에도 신경 더 써야 해요. 투자자라기보다는 함께할 파트너라면 누구에게나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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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 https://www.mk.co.kr/premium/behind-story/view/2018/11/2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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